최근 전기 기술 관련 네이버 카페와 커뮤니티 사이에서 '전기산업기사' 자격증이 과정평가형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이야기가 퍼지면서 논란이 뜨겁습니다. 국민신문고를 통해 문의한 결과, 현재 관련 부처에서는 '검토 중'이라는 답변이 나오면서 우려는 현실이 될 수 있다는 불안감으로 번지고 있습니다.


물론, 저는 과정평가형 자격제도 자체를 무조건 반대하는 건 아닙니다. 디자인, 조리, 미용 등 창의성이나 숙련된 손기술이 중요한 분야에서는 정형화된 시험보다는 훌륭한 평가 방식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다루는 '전기'분야는 이야기가 다릅니다. 이론에 대해서 깊고 체계적인 이해 없이 안전을 담보할 수 없는 분야이기에, 과정평가형 도입은 굉장히 신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부터 제가 생각하는 전기산업기사 과정평가가 시행 시 벌어질 일을 예상해보겠습니다.


자격증-공부하는-남자가-절망에-빠진-모습



    전기안전관리자 몸값 하락과 시장 교란



    가장 먼저 우려되는 건 자격증 가치 하락입니다. 현재 전기산업기사는 까다로운 자격증 시험을 통과해야만 취득할 수 있는, 전문성을 인정받는 자격증입니다. 그러나 과정평가형으로 취득 문턱이 낮아진다면 어떻게 될까요?


    자격증 소지자는 단기간에 급증할 것이고, 이는 곧 전기안전관리자의 인건비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특히, 이러한 현상은 고용 시장의 양극화를 심화시킬 것입니다.



    • 대기업 및 공공기관 : 안전을 최우선으로 여기고 높은 기술 수준을 요구하는 곳들은 기존의 검정형 취득자를 선호하거나 내부 기준을 강화할 것입니다. 이들의 대우는 유지되거나 더 높아질 수 있습니다.

    • 용역 및 중소기업 : 대기업 및 공공기관과는 반대로 비용 절감을 우선시하는 시설관리 용역업체와 악덕중소기업들은 저렴한 인력 확보를 위해서 과정평가형 취득자를 우선으로 채용하여 소위 단가 후려치기에 나설 것입니다. 결국, 시간이 지나면서 전기안전관리자의 전반적인 몸값은 하락할 것이고, 결국 '싼값에 부리는 기술자'라는 인식이 팽배해질 수 있습니다.

    이는 결국 '빈익빈 부익부'현상을 가속화시켜 전기 기술 시장 전체에 재앙을 가려올것입니다.


    '안전'의 가치 하락, 전기 산업재해 증가 우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안전'의 문제입니다. 전기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사소한 실수가 대형 사고나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매우 위험한 분야입니다. 전기안전관리자는 단순히 시설을 유지, 보수하는 걸 넘어, 수많은 사람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입니다.


    이러한 막중한 책임을 지는 자격이 단순히 교육과정 이수만으로 실무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고 부여된다면, 과연 현장에서 마주할 수많은 변수와 위기 상황에서 제대로 대처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무분별한 자격증 발급은 전문성이 부족한 관리자를 양산하고, 이는 곧 전기 산업재해의 증가라는 끔찍한 결과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아마도 9시 뉴스에 나올만한 끔찍한 뉴스도 간간히 나올거라고 생각됩니다. 


    직장 내 갈등 유발과 취업 시장의 혼란



    과정평가형으로 취득한 자격증에는 '과정평가형'이라는 문구가 명시됩니다. 이는 현장에서 또 다른 차별과 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습니다.


    어렵게 검정형 시험을 통과하여 자격증을 취득한 기존 직원들은 과정평가형 취득자를 전문성이 부족하다고 여기며 무시하거나 왕따시킬 수 있습니다. 이러한 불신은 팀워크를 저해하고 회사 전체의 분위기를 해치는 원인이 됩니다.


    더욱 나가서 이는 역차별 문제로 번질 수 있습니다. 만약에 전기산업기사에 이어 전기기사까지 과정평가형으로 전환된다면, 어려운 시험을 통과하여 시간과 노력을 투자했던 기존 취득자들은 허탈감에 빠질 것입니다. 


    노력의 가치가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쉽게 자격을 얻은 사람들 때문에 오히려 손해를 보는 '바보'가 되어버리는 불공정한 상황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또한, 구직자 입장에서도 위험 부담이 클수 있습니다.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 교육과정을 이수하더라도, 정작 기업에서는 '검정형'취득자만 뽑겟다면서 외면할 수 있습니다. 결국 비싼 돈만 쓰고 취업 시장에서는 환영받지 못하는 '계륵'같은 자격증이 될 수 있습니다.


    현재 운영되는 과정평가형 자격증은 어떤 과목이 있고 어떻게 취득해야 하는지 알고 싶으시면 밑에 링크를 클릭해보시길 바랍니다. 


    과정평가형 자격증의 정의와 검정형 자격증과 비교 분석


    끝내면서



    이번 정부의 '2025년 과정평가형 자격 전략종목'에는 전기산업기사 외에도 국민 안전과 직결된 다른 중요한 자격증들이 다수 물망에 올라와 있습니다. 어떤 자격증들이 포함되어 있는지 아래 이미지를 통해서 직접 확인해 보시길 바랍니다.


    과정평가형-예쩡-종목-소개


    전기 산업기사 과정평가형 도입은 아직 '검토 중'인 사인입니다. 하지만 그 방향이 우리 사회와 산업 현장에 미칠 파장은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제도의 취지를 살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전기가 가진 '안전'이라는 절대적 가치를 훼손해서는 안 됩니다. 


    제발 정책 담당자님들은 책상에 앉아 헛소리만 할 게 아니고 현장을 가보거나 그게 안된다면 지금 이 순간에도 현장에서 땀 흘리는 기술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귀울여야 합니다. 


    물론 현재는 전기기술인 협회나 전기안전관리자들의 거센 반대로 실현되지 않겠지만 이 과정평가에 대한 이야기는 계속해서 나온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 문제에 대해서 지속적 관심을 가지고 있고 항상 예의주시해야 합니다.